리뷰/도서

[게놈 익스프레스] DNA가...아니었어!!

fun_teller 2022. 7. 9. 18:18

그래비티 익스프레스의 감동을 다시 느끼길 기대하며 책을 열었습니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과학자를 경탄하게 만든 교양과학서

저는 과학자입니다. 전공분야가 공학이긴 하지만, 쓰는 도구가 수학과 기초과학(물리, 화학)이기 때문에 과학자라 불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인 제가 이 책을 집어든 건, 일단 만화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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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맘에 드는 표지 디자인...출처)YES24

 

출판 순서 상으로는 이 책 다음에 나온 것이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인데,

저는 에볼루션~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게놈~를 읽었습니다.

(리뷰는 출판 순서대로...ㅎ)

 

그래비티 익스프레스와 마찬가지로

생물의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혹은 유전 프로그램, 생체 설계도?)'에 대한 비밀을 밝혀나가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잘 담겨 있습니다.

생물교육학을 전공한 작가님답게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을 잘 풀어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도처에 많이 보입니다.

(페이지도 400페이지가 넘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더 두께가 얇은 에볼루션~을 먼저 읽게 된거죠.)

그렇다고 그래비티 익스프레스의 내용이 부족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 포스팅 맨 위 링크를 읽어보시면 제가 그래비티~에 얼마나 감동했는지를 잘 아실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던 생물학이라

초반부에는 조진호 작가님이 친절하게 풀어쓴 설명을 조금 지루해 하긴 했지만...

이 책의 진가는 "Chaper 9 길을 잃어버리다"부터 나타납니다.

그 전까지 200여페이지 동안 고등학교때 배워온 내용을 복습하는 느낌으로 

멘델의 완두콩, 모건의 초파리, ATGC 염기, DNA, RNA, 단백질 합성 등을 보면서

'반전이 없는' 지루한 분자생물학 발전사를 끙끙거리면서 간신히 읽었는데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작가님과 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님들을 위한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Chapter 9부터는 '어, 이게 뭐지?' 하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던

DNA 만능주의(저처럼 비전공자면서 약간이라도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가

무너지는 순간!

 

그래서 한 번 다 읽고, 다시 두번째 읽었을 때는

지루했던(작가님, 거듭 죄송합니다!) Chapter 8까지의 내용마저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마치 중력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여러 위대한 연구자들의 헛발질(그렇지만 가치가 있었던...)을 엿보면서

아쉬워하는...그런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헛발질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분들의 위대한 연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이분들의 시대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었지만,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후속 세대에서 발견되면서

해석이 조금씩 수정되어 나가는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게놈~에서 읽은 생물분자학의 발전 흐름도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비슷하게 흘러가네요.

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를 읽고 생각이 나서...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를 읽고 너무 감동받아서 다시 찾아든 책입니다. 왜 그러냐구요? 그래비티 익스프레스에 잘 묘사된 각각의 시대별로 중력(우주관 포함)에 과학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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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DNA에는 그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정보가 담겨 있고,

그 정보에 의해서 생명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쥬라기 공원의 공룡 복원 아이디어가 굉장히 그럴싸해 보였던 거죠.

보석 중 하나인 호박에 잠들어 있는 모기가 공룡의 피를 빨았었고,

그 모기에 포함된 공룡의 DNA 정보를 추출해서,

그 정보를 가지고 공룡들을 복원해 내는 바로 그 아이디어!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크게 다가온 임팩트는

생명과학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공룡의 DNA 정보를 (쥬라기 공원의 호박처럼) 우연히 찾아내었다고 해도

과거에 살았던 공룡 그대로를 복원해 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DNA에 있는 정보만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근간이 아닙니다.

그럼 뭐지?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인 것 같네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부터 나온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DNA가 아니라 "세포의 전체 시스템"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거죠.

어떤 식으로? 그건 아직도 연구 진행 중...ㅠㅠ

 

마치 중력의 비밀을 아직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것처럼...

 

그래비티~에서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건 이 책을 그래비티~ 다음에 봤기 때문이겠죠?

저는 두번 봤는데, 여러번 볼 수록 맛이 나는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목차 소개...

 

프롤로그

1. 유전자를 상상하다: 유전자의 발명
2. 세포로 들어가다: 세포 안 염색체에 유전자가…?
3. 심연 속으로: 분자의 세계
4. 무엇이 유전자인가?: 유전 물질은 단백질? 아니면 DNA?
5. 유전자는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슈뢰딩거의 유전자 정의
6. DNA의 정체: DNA의 구조에 슈뢰딩거의 유전자가 숨어 있다
7. 가까이 왔다!: DNA에서 발견한 디지털 정보
8. 위대한 승리: 생명체를 만드는 유전자의 원리, 유전프로그램을 발견하다
9. 길을 잃어버리다: 유전자는 여기저기에 있다
10. 바닥에서 마주한 진실: 그곳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11. 탈출: 사라진 유전자
12. 돌아가는 길에서…: 생명체의 정보란 무엇인가

에필로그